[방콕세설] 일본계 백화점유통 태국 흥망성쇄 연대기

작성자 : 관리자 날짜 : 2021/01/21 12:20

[전창관의 방콕세설] 일본계 백화점유통 태국 흥망성쇄 연대기

라차담리 다이마루 백화점(1964년 12월 개점)에서…MBK센터 도큐백화점(2021년 1월 말 폐점예정)까지  


▲ 1월말 폐점되는 도큐 백화점 MBK센터 매장 전경.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 ‘도큐백화점 MBK 센터점’이 1월 31일 폐점한다. 1985년에 방콕 최중심부 사얌센터와 MBK쇼핑센터 사이에 세워진 지 35년 만의 일이다. 방콕 지상철 시대의 랜드마크 건축물인 사얌 환승역과도 연결되어있는 특급 상업지대에 위치한 일본계 백화점이 또 다시 전격적으로 문을 닫는 것이다. 2019년 기준 1억9천3백만 바트(약 71억원)의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여러해에 걸친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없어 폐점키로 했다는 태국 일간지들의 보도이다. 이에 앞서 2015년 6월에 세워진 ‘도큐백화점 시나크린 파라다이스 매장’ 역시 산더미 같은 누적 적자를 못이겨 이미 재작년 1월말에 폐점 절차를 밟은 바 있다. 이 달 말에 폐점키로 공지된 도큐백화점 MBK 센터점은 일본에서 고속철 사업을 전개해 벌어들인 막대한 도큐그룹 자본으로 시부야 점, 키치죠지 점, 타마 플라자 점, 삿포로 점 등을 운영중인 대기업 도큐(東急) 주식회사 계열의 백화점이지만 심각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 것이다.

■ 태국서 운영되던 도규백화점 매장 두 곳의 잇따른 폐점은 사실상 태국에 진출한 일본계 백화점 유통의 철수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일본 백화점 유통의 흥망성쇠 연대기 상의 신호탄이나 전개과정의 불상사 만으로 볼 수 없는 막바지 침몰 단계에 이른 것을 뜻한다. 초기 태국에 진출한 일본 백화점 유통의 효시는 1964년 ‘다이마루 백화점 라차담리 매장(2000년 폐점)’이 들어서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어서 ‘다이마루 백화점 프라카농 점(1987년 폐점)’이 1981년에 들어섰다.

1984년에는’ 소고 백화점(2000년초 폐업)’이 방콕 최고급 백화점 탄생을 선언하며 오픈했으나 일본 본사가 무리한 차입경영과 밀어붙이기식 사업확장으로 도산하면서 태국내 판매거점도 함께 사라졌고, 지금 그 자리에는 태국계 아마린 플라자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다. 1989년에 문을 열었던 ‘젠 백화점’ 역시 자신들이 입주해 있던 월드 트레이딩 센터 쇼핑몰의 태국계 센트럴 백화점에 합병되었다. 이후 1991년 라마 9세 거리의 ‘야오한 백화점(1997년 폐점)’ 역시 IMF외환위기가 닥치자 마자 문을 닫았다.

1992년에 오픈해 태국 진출 일본계 기업들의 전성기에 호황을 누리던 ‘이세탄 백화점’ 마저 2020년 말에 폐점을 앞둔 창고떨이 세일을 수 차례 실시한 후 간판을 내리고야 말았다. 이쯤되고 보니, 태국 내 일본계 백화점 이라고는 이제 막(2018년 말) 아이콘 사얌 쇼핑몰에 입주한 ‘타카시마야 백화점’ 한 곳만 덜렁 남았는데 그나마 아이콘 사얌 쇼핑몰 내에서 가장 썰렁한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자신들이 입주해 있는 ‘아이콘 사얌’ 쇼핑몰을 지은 ‘사얌피왓 그룹’ 소유의 ‘사얌 파라곤’ 쇼핑몰에 입주해 있는 ‘더 몰 백화점’으로 대체되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나돌 정도다.

■ 필자가  태국에 첫 발을 디딘 1995년 즈음에는 방콕의 고급 쇼핑센타 유통 거점들이 일본계 백화점으로 점철되어 있다시피 했다. 당시 가전제품의 세일즈 마케팅이 주업무였던 탓에 툭하면 일본 백화점 유통사 매입담당 바이어들과 마주치곤 했다. 그럴 때면 은근히 전자제품을 매입해주는 ‘갑’의 입장인 일본인들 앞에서 ‘을’로서 기(氣) 겨루기 하느라 땀을 빼곤했다. 특히, ‘소고백화점’, ‘야오한 백화점’, ‘이세탄 백화점’ 등은 그들이 '바이어(Buyer)’였고 필자는 전자제품을 그들에게 납품해야 하는 일종의 ‘납품업체 직원(Seller)’이었기에 어느 정도 기죽는 모양새 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태국에 발령 받아 근무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야오한 백화점이 태국에서 철수하더니, 이후 방콕에서 일본 백화점 유통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급기야 재작년 말에 막 진출한 다카시마야 백화점만 덩그러니 남은 채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방콕의 도큐백화점이 지난 달 폐점 결정을 발표하면서 현지 일간지들 취재한 기사에 담긴 폐점의 변(辯)도 참 기괴했다. “바트 강세로 외국인 여행객 수가 줄더니 코로나 사태로 관광객 이 급감해 닫는다고…” 솔직히 이 폐점 사유는 잘 믿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MBK 쇼핑센터에 물건 사러왔다가 집에 가는 전철 타려고 도큐백화점을 관통해 사얌 전철역으로 가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도큐백화점에 쇼핑 또는 외식하러 간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언제인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기에 말이다. 그러니 ‘그간 여러해에 걸친 누적적자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가 트리거 방아쇠로 작용했다’고 한다면 몰라도, 코로나 사태로 인해 철수 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안가는 폐점의 변(辯)으로 보아진다.


▲ 짜오프라야 강변의 아이콘사얌 쇼핑센터의 모습. / 사진출처 : Icon siam 제공

■ 이로써 태국내 일본계 백화점 유통은 짜오프라야 강변에 새로 생긴 아이콘사얌 쇼핑센터에 불과 2년 전 입주한 타카시마야 백화점 한 곳 만 덜렁 남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새로 생긴 일본 브랜드 소비재 진열 위주의 유통 채널인 타카시마야 백화점 조차 아이콘 사얌 쇼핑센타 내에서 참으로 인기가 없어 파리를 날리는 형국에 처해 있다는 것.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아이콘 사얌 쇼핑센터 자체는 지난 달 전철 연장선이 쇼핑센터 건물 앞까지 개통되었기에 손님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는데도 이 건물에 입주해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은 소위 태국에서 장사 할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요인 자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인지 전철이 들어온 후에도 그다지 집객도가 달라진 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태국 사람들이 그저 일본 상품이라면 사족을 쓸수 없다는 전제하에 무작위로 진열한 것 같은 안일한 기조 속에서 꾸며진 듯한 판매 상품 라인업(Product)’에, 상품의 가치나 서비스에 비해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묻지마 고가 가격 포지셔닝(Price), 게다가 태국인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밋밋하기 그지없는 판촉안(Promotion), 마치 한국의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을 영등포 뒷골목에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진열입지(Place) 등으로 점철된 '타카시마야 백화점'의 앞날이 그리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 것이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 점점 깃털 빠진 수탉 같아진 태국의 일본계 백화점 유통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 쇼핑센터들의 태국 내 위상이 이렇게 지리멸렬해졌나 싶을 정도이다. 이러다가는 태국을 방문하는 일본인들이 '오십년 남방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태국산천은 의구하되 일본 백화점 유통은 간데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련가 하노라...' 하며 격세지감 넋두리 라도 해댈 날이 머지않아 올 것 만 같음에랴. 그런데 이 히노마루 일본기 겉히고 로컬유통 깃발 만 나부끼게 되가는 태국 유통시장에 신남방정책을 기조로 한 전술·전략 앞세우며 진출해야 할 우리나라 백화점 유통사들은 도대체  '동창이 밝고 노고지리 우지지는데 상기 아니 일고 뭐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 아이콘 사얌 쇼핑센터에 입점되어 있는 타카시마야 백화점의 식품 매장 모습. / 사진출처 : Icon siam 웹사이트

• 로컬유통들이 만만치 않게 텃세 부리는 땅이어서 여차하면 큰일날까봐 안들어간다구요?...
→ 그렇다면 일본 안들어가며 주춤대던 러시아, 중국, 인도에서의 우리나라 전자회사들의 약진은 뭔가 말입니다.

• 일본이 저리 나자빠지는 걸 보면 로컬 유통 텃세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인데 일본도 못해낸 것을 우리나라 유통기업들이 어떻게 해내냐구요?...
→ 나원 참, 언제 우리가 일본인들이 잘 해낸 곳만 뒤따라 다니면서 세계경제개발 협력기구가 산정한 세계10위 경제대국에 진입했었는지 말입니다.

무슨 제대로 된 타당성 조사와 전술·전략 이라도 제대로 시간들이고 비용 투자해 세워들고서 현지 유통 채널에 대한 철저한 스터디 후 ‘한번 실수는 병가지 상사’일셈 치면서 본격적인 투자진출 시도를 한번 제대로 해 볼수는 없는건지… 촌부의 답답한 마음은 허전하기만 하고.